'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슈퍼히어로영화의 완성도와 직결되는 빌런의 존재감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다. 빌런 히어로라는 독창적인 정체성을 지닌 베놈 대신 보다 강력하고 끔찍한 뉴페이스를 등장시킨다. 전편의 쿠키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가 사형선고를 받는다. 죽을 생각이 전혀 없는 클리터스는 자신의 집행일을 연기할 목적으로 마지막 증언을 남기겠다며 탐사보도로 유명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에디를 지목한다. 베놈을 얻는 대신 직장과 연인을 모두 잃고 폐인처럼 생활하던 에디에게 클리터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저널리스트로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다. 클리터스가 던져주는 수많은 단서로 인해 미결로 남아 있던 살인사건을 추가로 밝히는 데 성공한 에디는 제일 먼저 앤에게 달려가지만 전편에서 에디의 몸에 베놈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너와 있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하다'라면서 새로운 연인 댄 박사와 결혼을 선언한다. 평정심을 잃은 에디는 클리터스와의 몇번의 인터뷰 도중 어떤 실수로 인해 클리터스가 새로운 빌런 카니지로 거듭나는 데 빌미를 제공한다. 이제 사랑을 잃고 방황하던 에디의 베놈과 연쇄살인마를 숙주로 둔 카니지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베놈이 인간을 숙주 삼아 기생하다가 자신과 싱크로율이 잘 맞는 에디라는 남자를 만나 공생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는 설정이다. 베놈은 사람의 신선한 뇌를 먹어야 하지만 인간의 삶을 좋아하게 됐고 특히 에디와의 동거 생활에 상당한 만족과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에디는 앤을 향한 마음 때문에 방황하고 이들의 어색한 삼각관계로 인해 베놈은 소수자로서의 서사를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는 베놈과 카니지의 필사의 대결이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의 스펙터클보다 베놈의 애절한 방황기가 두드러진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액션에 할애하고 있음에도 희대의 빌런 카니지보다 베놈의 방황에 시선이 머문다는 것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매력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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