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일은 요즘 되는 일이 없다. 자퇴를 했더니 어머니는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닦달하고 학원비를 빼돌려 중고나라에서 구입한 오토바이는 고물이라 어디에 되팔 수도 없다.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또 맞아야 하는 현실에 울분이 터진 택일은 홧김에 집을 나간다. 택일이 군산에서 만난 장풍반점은 배달부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마음씨 좋은 주인에, 가출 청소년도 그럭저럭 살 수 있게 해주는 중국집의 유일한 단점은 주방장 거석이 형의 존재 그 자체다. 어머니보다 강력한 손맛을 자랑하는 그에게 시시때때로 맞으며 택일이 세상의 쓴맛을 배우고 그의 단짝친구 상필은 고리금융업체에 입사한다. 그리고 '시동'의 포스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은 헤어 스타일이다. 그들의 머리는 캐릭터를 설명한다. 전작 '사바하'에서 염색을 했던 박정민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노란 머리를 했다. 초록이나 파랑 같은 후보가 있었지만 아주 양아치는 아닌데 한번 일탈해보고 싶다며 바꿀 법한 머리는 역시 노란색이었다는 게 최정열 감독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의 헤어스타일은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을 레퍼런스로 한 결과였는데 청소년들이 워너비로 삼을 만한 게 보통 인기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상필의 앞머리는 그의 감정 변화를 알 수 있는 시각적인 장치다. 그렇기 때문에 상필이 머리카락을 숨기거나 다시 앞머리를 내리는 순간은 극중 전개에 중요한 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출 청소년들의 방황이 주된 소재지만 유쾌하고 그들의 고민을 가볍게 치부하지도 않는 균형감이 돋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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