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의 와인양조 역사에서 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와인과 오크의 관계이다. 만약 오크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많은 와인들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와인은 지금과 같은 맛, 향기, 질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면 산소와 만나 조금씩 산화되면서 와인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 때 산화라는 말이 좋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산화라는 것은 산소가 붙거나 수소가 떨어지는 화학반응을 뜻하므로 와인이 신맛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크에는 와인을 변화시키고 단순히 발효된 과일즙이라는 유형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며 깊이, 여운, 복합성, 강도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와인을 오크통에 넣는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면 와인이 모두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와인의 성질이나 포도가 성장한 연도의 특성에 따라 오크통에서의 숙성기간도 조금씩 바뀐다.

 

 

 

또한 와인생산자의 결정에 따라 와인을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것인지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것인지도 달라진다. 사실 와인을 오크통에 얼마나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절대적인 시간은 없다고 한다. 가령 피노 누아는 오크통에 담은 지 1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고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보통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보르도 와인은 2, 네비올로로 만드는 바롤로 와인은 4년이 필요하다. 1970-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크통을 사용한 샤르도네 와인의 인기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와인애호가들이 토스트, 오크의 풍미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오크의 사용이 마치 강력한 와인 판매 전략처럼 레이블에 기재되어 있고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지만 모든 포도 품종들이 다 오크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와인 맛에 대한 문화적인 선호도에 따라 오크통에서 얼마나 숙성시킬지 결정하기도 한다. 스페인 리오하의 양조자들은 주로 템프라니요 품종으로 최고급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전통적으로 미국산 중고 오크통에 넣어 10년이나 숙성시키는데, 이곳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흙 냄새가 깃든 바닐라의 특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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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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