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아있다 추천
언제나 그렇듯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가족이 여행을 떠난 빈집에서 게임을 하던 준우는 채팅창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다. 기다렸단 듯 그의 핸드폰으로 재난 문자가 요란스럽게 날아들고 뉴스 속보 영상과 베란다 창밖으로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람들과 그들을 물어뜯는 좀비떼가 어지럽게 얽힌다. 곧이어 인터넷이 끊기고 가족의 생사는 확인할 길이 없다. 혼자 남은 준우는 집에 남은 식량으로 근근이 버티며 외부 상황을 가늠한다. 세상과 단절되고 한계에 다다른 준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자 붉은 레이저가 그에게 'No'라는 사인을 보낸다. 그 레이저의 시작점에 서있는 것은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이다. '#살아있다'는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오직 ‘살아야 한다’는 목표 하나로 버티는 준우와 유빈의 생존기를 그린다. 주요 인물은 준우와 유빈이다. 그러나 유빈이 등장하기 전에 영화는 준우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준우를 쫓는 초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가상현실이 익숙한 게임 스트리머 준우가 어떻게 실세계로 소환되는지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처음 모든 외부 상황은 핸드폰과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고 카메라는 집 안에서 밖을 살피는 준우의 시선을 따른다. 남 일처럼 생경한 상황이 눈앞의 현실로 자각되는 계기는 옆집 남자가 준우의 집으로 비집고 들어오면서부터다. 좀비에게 물린 남자는 괴기스럽게 몸을 비틀며 준우에게로 돌진하고 다시 문밖으로 밀려난 남자는 또 다른 좀비의 습격을 받는다.
현관문 틈으로 스며드는 피를 보며 준우는 자신이 목도한 것이 게임 캐릭터가 아닌 실제 인간의 죽음임을, 그 죽음이 언제든지 다시 자신에게 달려들 수 있음을 실감한다. 혼자 남겨진 준우는 아버지의 메시지대로 살아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암울한 현실에서 결국 좌절한다. 인터넷이 끊긴 후에도 준우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영상 일기를 남긴다. 자신이 매일같이 해온 스크린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유빈은 그런 준우로 하여금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 면대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두 사람은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의 과거를 공유하며 잠시나마 재난 이전의 소소한 일상을 상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