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12편
1. 헨리 8세와 앤 불린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 1세는 44년 동안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를 통치했다. '단언하건데 나만큼 국민을 사랑하는 군주는 없을 것이다. 신께서 나를 여왕으로 만들어 주신 데 감사하지만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영광은 백성의 사랑을 받으며 통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께서 나를 왕좌에 앉히셨다는 점보다 이렇게 애정을 보내준 백성의 여왕이 되어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위험에서 구하도록 하셨다는 점이 훨씬 더 기쁘도다. 내가 부여한 권한이 백성들에게 불만이 되고, 특권이 탄압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린 특권을 오용하고 남용했던 자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신께서는 그들의 죄를 내게 묻지 않을 것이다. 왕관은 남이 쓴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영광스러운 법이며 직접 써보면 그다지 즐겁지 않다. 신께서 내게 주신 책무를 이행하고 신의 영광을 드높이며 백성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양심의 명령이 없었다면 나도 이 왕관을 누구에게든 주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백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날까지만 살아서 통치할 생각이다. 나보다 더 강하고 현명한 군주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만큼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는 이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은 엘리자베스 1세가 임종을 앞두고 했던 마지막 연설이다. 모두가 황금의 연설이라고 부르는 연설이다.
2.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엘리자베스 1세는 붉은 머리색과 창백할 만큼 흰 피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당대 여성들에게 스타일의 롤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엘리자베스 1세의 흰 피부에는 아픈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고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 납성분이 든 백연 가루를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1세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고 납성분에 중독돼 파랗게 변해갔다. 말년의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의 얼굴이 보기 싫어 궁전 안의 거울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