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블러 추천
구두 수선을 가업으로 잇고 있는 맥스는 매일이 지루하다. 열심히 일하지만 벌이는 시원찮고 연애는커녕 친구라 할 만한 사람도 가게 옆 이발소의 지미와 아픈 노모가 전부다. 건달 손님이 맡기고 간 비싼 구두를 신어보고 맥스는 신발 주인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걸 알게 된다. 비결은 대대로 내려오던 낡은 수선기계다. 소소하게 변신 놀이를 즐기던 맥스는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버지로 변해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한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준다. 전작들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나며 희망에 닿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온 토머스 매카시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 역시 타인과의 관계라는 테마가 중요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코블러'는 그런 방향엔 별 흥미를 두지 않은 채 흘러간다. 다른 이의 신발을 신은 맥스는 대개 그의 모습을 하고서 시답잖은 장난을 치는 게 다다. 아버지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감동적인 대목도 지나가지만 영화는 그 순간을 기억하지 않는다. 흑인 건달의 일상에 비교적 오랫동안 개입하게 돼도 그가 처한 상황에 휘말려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급급하다. 여러 사람의 신발을 신어도 때마다 입고 있는 그 옷은 달라지지 않듯 맥스는 어느 누구의 삶을 살아볼 겨를을 얻지 못한다.
'코블러'가 그려내는 아시아인은 발음이 이상하고 흑인은 어리지만 덩치가 비대하거나 범죄를 일삼는 무뢰한으로 등장한다. 늙지 않은 백인은 여자친구를 둔 게이와 예쁘지 않은 여장 남자가 전부다. 알차기는커녕 느닷없고 어수선하다는 인상이 짙다. 흑인 건달의 모습으로 겪는 사건이 동네 거부가 벌이는 강제철거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과정은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듯 이어지지만 그저 영화의 스토리가 무엇이었는지 더욱 애매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반전도 빼놓지 않았는데 허무맹랑하다. 그리고 엔딩도 애매하다. 신선한 소재인데 아쉬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