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고 좋았던것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두바이 2020. 1. 2. 23:50

시골의 작은 마을 코모리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치코의 일상은 대부분 농사일과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그렇게 바빠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쉬는 건 아닌 시계태엽처럼 돌아가는 일상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간은 여름에서 가을로 흘러가고 그녀의 식단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변해간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조금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여름'과 '가을'이라는 두편의 영화를 묶었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두번 나온다는 점도 그렇고 이치코가 집에서 혼자 만들어 먹는 요리를 중심으로 극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리고 인물보다 음식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시퀀스의 구분도 이치코의 다채로운 식단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그 결과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에서는 드라마라고 부를 만한 뚜렷한 서사 구조를 찾기 힘들다. 음식이 주요 소재라는 점에서 '카모메 식당'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극적 요소는 그보다 더 희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먹방에 그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인상적인 지점은 식단만 다를 뿐 거의 반복적인 일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통해 주인공의 외로움과 소소한 행복, 과거에 대한 후회 등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포착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 비록 몇몇 장면은 주인공의 일상을 너무 장식적으로 예쁘게만 그린다는 의심을 가지게도 하지만 평화로운 농가의 풍경과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음식의 이미지, 인물의 숨은 감정을 조심스럽게 섞어서 제시하는 것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이 거둔 유의미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