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샘에 대한 고찰
'아이 엠 샘'은 지적 장애인 샘과 딸 루시 이야기다. 루시가 샘을 추월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 수업을 일부러 게을리하게 되고 사회복지기관에서 샘의 가정을 방문한다. 그리고 샘에게 양육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루시는 시설로 간다. 샘은 법정에서 싸워 루시를 되찾을 결심을 굳히고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변호사 리타 해리슨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하지만 샘이 훌륭한 아빠라는 것을 인정해줄 친구들은 재판에서는 증언조차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법정에 설 수 있는 애니는 어렵게 외출 공포증을 극복하고 증언대에 서지만 상대 변호사의 추궁에 당황한다. '아이 엠 샘'은 좋은 영화지만 이 영화가 감행하는 무서운 이데올로기 공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 엠 샘'이 가족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샘과 그의 친구들, 마지막에는 유능한 리타 해리스 변호사까지 가세하여 공격하는 대상은 사회보장제도다. 아동보호소나 법원이 정하는 양부모 제도 같은 것들은 정상적인 가족 구성이 불가능한 수많은 무너진 가정들을 사회적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 엠 샘'에서 샘의 가족을 고난에 빠뜨리는 어리석고 냉혹한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면 이러한 제도에 대해 신념을 가진 백인 활동가이거나 경찰서와 아동양육시설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이다.
영화는 그 활동가를 대머리라고 인신공격하고 관객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 샘과 루시를 강제로 떼어놓는 실루엣 속에 그들을 배치함으로써 적대감마저 부추긴다.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가 가하는 문화적 교육은 다른 무엇보다 위력적인 정치 공세이자 이데올로기 공세가 된다.